언어의 세계 _ [리스본행 야간열차] 파르칼 메르시어



프라두의 글, 언어의 연금술사[UM OURIVES DAS PALAVRAS]

'낡은 단어들과 진부한 언어 습관을 내 머릿속에서 날아가게 하고, 늘 똑같은 잡담의 찌꺼기를 묻히고 사는 나를 씻겨 깨끗한 정신으로 돌아주게 해줄 바람. 그러나 그런 다음에도 뭔가 할 말이 생기면, 예전과 조금도 달라진 바 없는 나를 보게 된다. 내가 원하는 정화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난 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언어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을? 내가 나의 언어에서 탈출하여 다른 언어로 가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언어에서 도피하는게 아니다. 언어를 새로 발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 
 난 아마 포르투갈어 단어들을 새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새로운 문장들은 낡고 진부하다거나 흥분하여 기교를 부린다거나 의도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포르투갈어로 된 문장의 중심을 이루는 원형이라서, 에움길이나 오염이 없이 다이아몬드와 같은 투명한 본질에서 바로 나온다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주어야 한다. 단어들은 윤을 낸 대리석처럼 흠이 없고, 자기 자신이 아닌 것은 모두 완벽한 침묵으로 변화시키는 바하의 변주곡 음색처럼 맑아야 한다.' _ 39

'이들은 특정한 형식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다른사람들을 자기 내부의 한 부분으로 만들려는 기대를 가지고 보는 것이다. 각 사람의 상상력은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소원과 기대에 맞게, 하지만 또한 그들로부터 자신의 불안과 선입견이 옳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각자의 구미에 맞추어 가지런하게 정리한다. 우리는 편견 없이 확실하게 다른 사람들의 외적인 윤곽에 조차 다다르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은 다른 사람에게로 향하는 도중에 이미 딴 곳으로 돌아가고, 우리를 우리라는 사람으로 만드는 특별하고 특이한 온갖 소원과 환상으로 흐려진다.'
'우리 사이에는 허위적인 외부세계 뿐 아니라 외부세계가 각자의 내부세계에 만드는 망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_106

'다른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시선은 스치며 지나가는 밤의 만남처럼 언제나 서로에게서 벗어나고, 추측과 생각의 단상과 날로된 특성들만 우리에게 남겨두는 건 아닌지. 만나는게 사실은 사람들이 아니라, 상상이 던지는 그림자들은 아닌지.' _123

'그러나 정말 끔찍했던 것은 강연이 아니었다. 토론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미사여구를 동원한 영국식 공손함이라는 어두운 납 틀에 담긴 채 사람들의 말은 완벽하게 서로 비껴 지나갔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서로 대답하며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알아듣고 조금이라도 생각을 바꾼 징후를 보인 토론자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몸이 움찔할 정도로 놀라운 사실이 한가지 떠올랐다. 언제나 그랬다는것... 다른 사람에게 뭔가 말을 할 때, 이 말이 효과가 있기를 어떻게 바랄 수 있을까? 우리를 스치고 흘러가는 생각과 상과 느낌의 강물은 너무나 강력하다. 이 강물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하는 말이 우연히, 정말 우연하게도 우리 자신의 말과 일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말을 쓸어내고 지워버린다. 혹시 남겨둔다면 기적이다. 나는 다른가? 내 마음의 강물이 방향을 바꿀정도로 다른 사람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인 적이 있었던가?' _177

'영혼의 그림자. 사람들이 어떤 한 사람에 대해 하는 말과, 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하는 말 가운데 어떤 말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다른 사람에 대해 하는 말이 스스로에 하는 말처럼 확실한가? 스스로의 말이라는 것이 맞기는 할까? 자기 자신에 대해 사람들은 신빙성이 있을까? 그러나 내가 고민하는 진짜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정말 고민스러운 문제는 이런 이야기에 도대체 진실과 거짓의 차이가 있기나 할까라는 것. 외모에 관한 이야기에는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기위해 길을 떠날 때는? 이 여행이 언젠가 끝이 나기는 할까? 영혼은 사실이 있는 장소인가, 아니면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우리 이야기의 거짓 그림자에 불과한가? _183

'지금의 내가 아닌,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그 시절로 다시 가고 싶은 - 꿈과 같이 격정적인 - 갈망... 다시 한번 손에 모자를 쥐고 따뜻한 이끼 위에 앉아 있고 싶은 것, 이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길 원하면서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겪은 나를 이 여행에 끌고 가려고 하는 것, 이는 모순되는 갈망이 아닌가' _ 184


'여행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연민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그들이 외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면서 내적으로도 뻗어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계발할 수 없고, 스스로를 향한 먼 여행을 떠나 지금의 자기가 아닌 누구 또는 무엇이 될 수 있었는지 발견할 가능성을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  

"'헤시스텡시아(Resistência)' 의사는 이 단어를 지극히 당연하게 포르투갈어로 말했다. 이 성스러운 일에 맞는 다른 낱말은 전혀 없다는 듯이"_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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